등산하다 길을 잃었다면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잘 풀리고 잘 굴리는 블로그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었다.

산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예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적, 그분이 산 타는 것을 즐겨 몇 번 동행한 적이 있었다.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정정하셔서 늘 앞서 가셨는데, 초반에는 그분의 페이스를 맞춰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숨이 가쁘고, 자연스레 시선은 나의 발끝을 향한다. 정처없이 올라가다 문득 앞을 보니, 할아버지가 안 보인다. 아뿔싸.. 난 길을 모른다고;

 

산에서 길을 잃었다면

우선은 왔던 길로 되돌아 가보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끔찍한 길치라 도통 어딘지 모르겠다면 문명을 활용하도록 하자. 우리에게는 스마트폰이 있다.

 

'119신고'라는 앱이 있다. 당신이 신고접수를 하면 관할 소방청에서 당신의 GPS를 특정하는 등 구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산에는 특징적인 길이 없을 수 있으므로 당신의 위치 좌표로 구조될 수 있다. 근처에 구조대원이 오더라도 모를 수 있으니, 연락이 닿는다면 옷가지를 흔들어 환영인사를 해주자.

 

문제는 날이 밝을 때야 큰 무리없이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산은 해가 금방 져버린다는 점이 문제이다. 밤이 되도록 구조대원을 만나지 못 한다면 체온을 유지하며 버티기에 들어가야한다.

 

산에서의 생존은 장기전이 될 수도 있어, 체력과 체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혼자 산에서 길을 잃었는데, 저체온증까지 와버리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 평소에 등산할 때 체온 보존용 담요를 소지하고 산행을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인생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저체온증이 왔을 때

바람을 피할 큰 바위 아래 정도가 있다면 잘 찾아보자.

 

구조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땐 산에서 셀프 탈출을 시도해야 할 수도 있다. 나침반을 활용하자. 없어도 배터리가 있는 스마트폰이 있음을 기억하자. 당황하지 말자. 여긴 산이다.

 

산 = 높은 곳, 그렇다면 탈출을 하려면 저지대로 내려가면 되는 거다. 중학생 시절 과학시간을 떠올려보자. 높은 곳은 능선이라 부르고 낮은 곳은 계곡이라 부른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보자.

 

 

다행히 길을 백(back)해서 내려가는 중, 할아버지가 나의 부재를 눈치채시고 뒤따라오셨다.

젊은애가 체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며 혼이 좀 나긴 했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가 되었다.

 

 

할아버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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