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전복되거나 맞은편 대항 트럭에 받친다면?
타고 있던 지하철에 불이 나서 모두가 가족에게 유언 같은 걸
문자 메시지로 남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도 울면서 유언이나 쓰고 있을 것인가?
좌절하며, 삶을 포기할 것인가, 살아보려 발버둥을 쳐볼 것인가?
안타깝지만 후자를 선택할 것 같다. 그래도 생명에게는 살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있을테니까,
세상의 모든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아래와 같은 방법을 생각하자.
우리는 연기가 흰색이거나, 적어도 투명해서 앞은 보일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제 불에 의한 연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마 저런 상황이 된다면 까만 연기가 공간을 드리우고 있을 것이며,
조명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야말로 암흑 속에서 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손에 스마트폰은 들려있을테니, 후레쉬 정도는 켜보자.
그래도 내 앞 50cm 정도는 보일거다.
우선 몸을 낮춰라, 연기는 일단 위로 뜨니까
유독가스를 피해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보고 싶다면 자세를 낮춰라.
연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호흡기를 옷소매나 티슈, 수건 등으로 막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철에도 비상버튼은 있다. 더듬어서 찾을 수 있다면 좋고,
누르면 바깥 승무원에게 우리의 상황을 알릴 수 있을 거다.
비상버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 생각없이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볼 시간에 비상버튼 위치 쯤은 숙지해두는 것도
삶을 연명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 사이에 누군가 불을 꺼보려는 화재 진압 시도를 했을 수 있지만,
(비상전화 아랫쪽에 소화기가 있으니까)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자. 그게 실패하더라도 살려면
비상구를 찾아 빠르게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구형 전동차는 비상코크 커버를 열고 몸쪽으로 당기면 되고,
신형 전동차는 출입문 옆 커버를 열고 화살표 방향으로 돌리면
지하철 문을 강제 개방할 수 있을 거다.
스크린 도어는 비상문 안전 레버를 미는 편이 당황한 현장에선
수월한 방법일 것이다.
암흑속에서라도 비상 유도등은 켜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도등을 따라
탈출하자. 하지만 반대의 경우, 비상 유도등 조차 꺼져있을 경우라면
시각을 포기하고, 차순위인 촉각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벽을 짚어 나가거나 바닥의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을 따라가자.
(생존을 위해서는 지형지물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연기가 너무 심할 땐 역내에 방독면도 있으니, 위치 정도는 평소에 눈으로 살펴놓자.
화재를 피하려면 화재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이겠다.
통로에 불길이 커 진입이 힘들다면 선로가 대안이지만, 열차 진입(로드킬)에
주의해야 한다.
가끔 지하철을 탈 때 이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해본다.
내 삶이란 내게 전부니까.
알아두면 내가 살아남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순 있지 않을까?
그거면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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